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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작곡가가 들려주는 Vertical Harmony
                                                                                                                                                                                      

                                                                                                                                               -김외경 전에 부쳐

인간이 창조하는 예술 장르 중에서 음악은 자연계의 그 어느 형상도 재현, 모사하지 않고 비유와 상징과 스토리텔링도 없는 '완전한 추상'이다. 그래서 언어적 사고의 한계에 갇혀있는 우리를 초월적 상상력의 차원으로 인도한다.


전통적으로 자연계를 모사하던 미술이 음악처럼 궁극의 오리지날 창조물을 동경한 것이 20세기 초 <절대주의 회화 suprematism> 의 출현이다. 절대주의란 '모든 시각적인 대상을 조금도 상기시키지 않는 추상적 도형을 간결하게 응축시킨 형태로써 화면에다 배치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외경의 작업은 절대주의 회화로 분류 할 수 있다.

그러나 '내면의 질서에 따라서 형태를 만들고 배치'하는 것이 절대주의 회화의 핵심인데, 김외경은 '고유의 형태 만들기'대신, 수직선 혹은 수평선의 반복이라는 극도로 제한된 규범(질서)안에서 다만 색채의 베리에이션만으로 시각적 창조물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한 발 더 음악적 순수함에 다가가는 작업이다. 
시각예술만의 고유한 창조물안 형태를 화가가 그것을 그림에 넣지 않는다는 것은, 시인이 단어를 쓰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그렇다면 시인은 어떻게 노래 할까? 허밍으로 하겠지. 그렇다면 시인은 문학가에서 음악가로 변모하는 것이다.

김외경이 형태를 그리지 않는 이유이다. 


형태는 윤곽선이다. 윤곽을 제거한 그림은 무한공간을 암시하며 경계도 끝도 없다.
작가의 표현의지를 수직 혹은 수평의 스펙트럼이라는 무한하고도 제한된 규율 안에서 색띠들이 병치되고 나열되고 점층되고 가늘고 두껍고, 밝고 어둡고, 길고 짧게...아하, 이것은 장단고저. 안단테, 칸타빌레, 알레그로, 아다지오, ...
그러므로 김외경은 빛의 작곡가, 색의 연주자이다.


공기 진동수(주파수)에 따라 도레미파솔라시 계명이 구분되듯이 빛의 파동에 따라 빨주노초파남보 색채가 구분이 된다. 공기의 각 파동을 다루는것이 음악이고 빛의 파동을 다루는 것이 미술의 본질이다.


김외경의 색의 폭포들은 상징도 은유도 아닌 순수한 빛의 파동을 우리에게 주사(走査)한다. 치밀하게 직조된 색의 스트라이프가 주는 장단고저, 밝음과 어두움은 나름의 규칙안에서 리듬이 되고 선율이 돠어 변화무쌍한 빛의 ASMR을 우리에게 펼쳐 보여주는 것이다.


당신은 그저, 이 파동에 몸을 맡기고 생각을 멈추고 흥얼흥얼 만끽하고 쉬어가면 된다.
너무 많은 말과 뉴스에 지친 현대인들이 ASMR를 들으며 마음을 쉬어가듯, 오늘날 미술계의 '이야기 그림'들의 범람속에서 그림의 상징과 비유와 개념을 수수께끼 풀듯 고심해야하는 미술에 지쳤다면, 당신은 그저 김외경이 들려주는 Vertical Harmony를 가만히 응시하며 눈과 마음이 쉬어가면 된다.

                                                                                                                                                                                                                                                                            김형태 동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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